안녕하세요. 오랫동안 한국 야구를 사랑해온 필자입니다.
지난 2026 WBC가 끝나고 한국 야구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곳에 올립니다.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한국 야구를 깎아내려는 의도는 없다. 평소 메이저리그 해설을 하지만 이번엔 순수하게 KBO를 오랜 시간 사랑해온 팬으로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지켜보며 떠오른 과제들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고 싶다. 특히 요즘 한국 야구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투수 육성 관련 문제에 대해 그동안의 생각을 솔직히 나누려고 한다.
이번 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8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2009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그동안 4번의 대회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다. 조별 리그에선 1승 2패를...

크리스토퍼 산체스 /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코리아
사실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놀랍지만은 않은 결과다.
산체스는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32경기 13승 5패 202이닝 212탈삼진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2위를 차지했다. 바꿔 말하면 MLB 타자를 상대로도 경기당 평균 6.1이닝 1.75실점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그런 투수가 국가 대항전에서 전력을 다해 던지면 한국이 아니라 어떤 나라도 공략하기 힘들다.
이는 대회 최정상급 팀들만 남은 4강전, 결승전 스코어로도 증명된다.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4강전 스코어는 2-1, 베네수엘라와 이탈리아의 4강전 스코어는 4-2,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결승전 스코어는 3-2다. 최정상급 전력을 지닌 팀들끼리 전력으로 맞붙는 경기에선 볼넷과 안타로 주자를 쌓아놓고 대량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과 팽팽한 대결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득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수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 투수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타선을 전혀 억제하지 못했다.
구속 혁명을 따라가지 못한 대가

WBC 국가별 패스트볼 구속 순위 / 자료 : 베이스볼서번트
한국 대표팀 투수들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타선을 억제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패스트볼의 구속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96.6마일(155.5km/h)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한 팀이다. 도미니카를 4강에서 꺾은 미국은 96.1마일(154.7km/h)로 2위,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베네수엘라가 95.8마일(154.2km/h)로 3위, 지난 2023년 대회 우승 팀인 일본이 94.6마일(152.2km/h)로 5위다. 우리나라와 같은 조였던 대만도 93.5마일(150.5km/h)로 7위를 기록했다.
반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이번 대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마일(146.5km/h)로 20개 국가 중 18위에 그쳤다. 인종과 체격 차이는 일본과 대만이 있기 때문에 핑곗거리가 되지 못한다. 한국 대표팀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느린 팀은 호주(89.9마일)와 체코(86.4마일)밖에 없었다. 두 팀 모두 조별 리그에서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국가라는 점은 흥미롭다.
왜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중요할까?
빠른 공이야말로 상대 타선의 출루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기준 지난해 94마일(151km/h) 이하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94였다. 반면, 95마일(153km/h) 이상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63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그리고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95마일을 기점으로 구속이 1마일(1.6km/h) 빨라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된다.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구속별 피안타율 / 자료 : 베이스볼서번트
메이저리그는 2010년대 들어 투구 및 타구 추적 데이터의 확산과 생체역학의 발달로 급격한 '구속 혁명'을 겪으면서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기준 94.4마일(152km/h)까지 빨라졌다. 따라서 이전보다 안타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타자들은 적은 안타로도 확실하게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홈런)을 찾았다. 바로 '뜬공 혁명(Fly Ball Revolution)'이다.
실제로 MLB 스타들이 총출동한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4강전에서 양 팀 선발인 스킨스와 세베리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각각 97.6마일(157km/h), 98.6마일(159km/h)이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날 등판한 양 팀의 투수 13명 중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5마일(153km/h) 이하인 선수는 잠수함 투수인 타일러 로저스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날 양 팀이 낸 3점은 모두 솔로 홈런으로 만들어진 점수였다.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들의 구속 혁명과 타자들의 뜬공 혁명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투수 육성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수들의 발전은 그들과 상대를 해야 하는 타자들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투수들을 육성할 수 있을까?
달라지고 있는 KBO리그 그리고 숙제
KBO / NPB / MLB 구속 차이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근 한국 야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2010년대 들어 급격히 빨라지고, 일본 야구도 2010년대 중반부터 구속 혁명에 동참하는 동안 한국 야구는 이러한 세계 야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2014년 0.7km/h에 불과했던 KBO리그와 NPB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차이가 2023년 2.8km/h까지 벌어졌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2023년 기준 143.8km/h였던 KBO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5년 기준 146km/h으로 90마일(약 145km/h)의 벽을 넘어섰고, NPB리그(148km/h)와 격차도 다시 2km/h로 좁혔다. 하지만 국가별 최상위 선수들만 모이는 WBC에선 한국 91마일(146.5km/h), 일본 94.6마일(152.2km/h)로 그 차이가 3.6마일(5.8km/h)로 다시 벌어졌다.
왜 그럴까?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야구가 지닌 투수 육성의 한계와 숙제가 드러난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의 구속 상승을 주도한 두 가지 핵심 축은 외국인 선발 투수들과 젊은 국내 불펜 투수들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KBO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상위 선수들(하단 표 참조)을 살펴보면 문동주(한화)와 곽빈(두산)을 제외한 대부분이 외국인 선발 또는 젊은 국내 불펜 투수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KBO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 순위(10이닝 이상) / 자료 : 스탯티즈
문제는 외국인 선발 투수는 (당연하지만) 국가 대항전에서 뛸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젊고 공이 빠른 국내 투수들 대부분은 시즌 중에 무리한 여파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 이번 WBC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거나, 선발되더라도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역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투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한국 야구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귀에 못 박히도록 듣는 말이다. 하지만 투수가 부족한 상황은 안타깝게도 미래를 당겨 쓰는 현장의 조급한 기용 방식이 초래하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직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덜 완성된 젊은 투수들이 '즉전감(즉시 전력감)'이라는 명목으로 10대 때부터 1군 무대에 올라 혹사당한다. 심지어 '아직 변화구 완성도가 떨어져서', '긴 이닝을 던질 체력이 안 돼서' 등의 이유로 불펜 투수로 기용된다.
'나중에 선발 투수를 시켜준다'라는 말로 선수와 팬들을 설득하는 건 정해진 레퍼토리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다. 장기적인 안목이라는 것은 당장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KBO리그 단장 및 감독들에겐 사치다. 하지만 이렇게 당장의 성적을 위해 젊은 투수들을 갈아 넣는 행위가 KBO리그의 투수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선발 투수 육성 시스템
버두치 리스트에 따른 부위별 부상 확률 / 자료 : 베이스볼 프로펙터스
미국 야구에는 버두치 효과(The Verducci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2008년에 발표한 이론으로 만 25세 이하 투수 중에서 전년도 대비 30이닝 이상 더 많이 투구한 선수들의 부상 확률이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대상자 55명 중 84%에 달하는 46명이 다음 해 부상이나 부진을 겪었다.
조사 대상이 만 25세 이하 투수인 이유는 스포츠 의학에서 신체적으로 완성되는 시기를 만 25세로 잡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그 이전까지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버두치 효과의 핵심이다. 물론 버두치 효과에도 여러 허점이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젊은 투수 유망주를 조심스럽게 육성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고교 졸업해 드래프트에 지명된 투수들은 일반적으로 루키 리그, 싱글A, 상위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최소 3-5년간 투수로서 기량을 갈고닦은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 데뷔 평균 연령이 24.5세이니 이마저도 최소한으로 잡은 시간이다. 그동안 선발 유망주들은 5일마다 등판해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루틴에 적응하고, 패스트볼과 주무기를 보조할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구종을 추가로 장착한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투수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의 단계 / 자료 : MLB.com
WBC 8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호투를 펼친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의 선발 투수 크리스토퍼 산체스는 만 17세였던 2013년 7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은 후 약 8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만 24세였던 2021시즌에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만 27세였던 2024년이 되어서야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보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 폴 스킨스가 대표적이다. 스킨스는 2023년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후 이듬해인 2024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역대급 재능으로 칭송받는 스킨스조차도 공군사관학교를 거쳐 루이지애나 주립대까지 3년간 미국의 수준 높은 대학리그(NCAA)를 경험하면서 성장한 사례다. 따라서 빅리그에 데뷔했을 때는 이미 만 22세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였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야구도 이러한 투수 육성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투수를 1군 무대에 곧바로 투입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0년대 소프트뱅크의 성공을 기점으로 3군을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연습생(육성 선수)으로 경력을 시작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센가 코다이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국식 야구 투수 유망주 육성의 문제점
2025년 KBO 20세 이하 투수 패스트볼 평균 구속 및 출전 경기수 / 자료 : 스탯티즈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가 이토록 조심스럽게 투수를 육성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수라는 포지션이 부상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토미 존 수술(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재건술)의 성공률이 95~97%에 달하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수술 이후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상 이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는 투수들의 사례는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러한 부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 25세 이하의 나이에 많은 공을 던진 투수들에게서 두드러진다. 특히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선발 투수보다 부상 위험성이 높은 불펜 투수로의 기용은 더 치명적이다. 이 관점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를 1군 무대에서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KBO식 투수 육성법(?)은 부상을 유발하기에 그야말로 최적화된 방식이다.
야구팬들은 이런 식으로 부상을 당해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 수많은 투수 유망주를 기억한다. 더욱 슬픈 사실은 이런 비극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20세 이하 투수 20명이 KBO리그 1군에서 1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그들 중 4명이 5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그 4명의 공통점은 평균 150km/h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라는 것으로 일부는 WBC 대표팀에도 불펜으로 승선했다.
류현진 / 사진 : 게티이미지 코리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프로 리그 1군 무대의 선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데뷔 첫해인 2006년 19세의 나이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MVP에 선정된 류현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2년 차인 2008년 20세의 나이에 MVP를 차지한 김광현도 있다. 하지만 두 투수의 등장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지났다.
그사이 KBO리그는 적어도 고졸 신인이 MVP를 탈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각 팀의 감독 및 코치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하며 '아직 변화구 완성도가 떨어져서', '긴 이닝을 던질 체력이 안 돼서'라는 이유를 드는 것이야말로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아직 설익은 선수더라도 공이 빠르면 짧은 이닝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고, 구단은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만큼, 젊은 투수들을 2군에서 장기적으로 육성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조 때문에 현재 KBO 퓨처스리그는 메이저리그의 하위 리그인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의 하위 리그인 2군 리그와는 다르게 유망주를 육성하는 팜 시스템(Farm system)으로써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투수 육성에 있어 한국 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
KBO 로고
혹자는 대만의 사례를 들며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를 위해 젊은 투수 유망주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육성 시스템의 수혜를 받은 대만 대표팀의 투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평균 93.5마일(150.5km/h)로 우리나라(146.5km/h)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걸 생각해 보면 일견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장의 국제 대회에서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자국 프로야구 리그의 성장이다. 질 좋은 자국 리그의 토양에서 배출된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 진출하고, 훗날 국제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훨씬 건실한 모델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투수들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구조상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이 인내심을 갖고 젊은 투수들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하기 어렵다면, KBO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드래프트 지명 후 일정 기간은 1군 무대에 올릴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징병제라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유망주를 2군에 박아놓고 육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를 것이란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이 편이 선수들에게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전경 / 사진 : drivelinebaseball
마지막으로 KBO리그 구단들의 코치진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자 한다. 최근 KBO리그에 불고 있는 '구속 혁명'을 주도하는 젋은 투수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빠르게 선진적인 훈련법을 도입한 사설 아카데미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젊은 선수들이 밖에서 배워오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구단(코치)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기껏 배워온 투구폼이 원복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비슷한 시행착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배워온 투수들이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구단 차원에서 새로운 훈련법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신시내티 레즈는 2019년 사설 아카데미 <드라이브 라인>의 창립자인 카일 보디를 마이너리그 투수 육성 프로그램 책임자 겸 투수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후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투수력이 몰라 볼 정도로 좋아졌다.
물론 최근에는 KBO리그에도 선진적인 훈련법에 열려 있는 코치들이 많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을 마친 첨단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구단들도 있다. 단, 확보한 장비를 잘 활용하려면 코치진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해외 아카데미에 연수를 가거나, 국내 아카데미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시내티가 그랬듯이 구단이 직접 첨단 장비 활용에 능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도 코치들의 역량 발전을 위해선 연봉을 비롯한 처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오랫동한 생각해온 내용을 풀어내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하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인내심,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당장의 승리를 위해 유망주를 당겨 쓸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한국 투수진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야구의 발전 속도를 보고 있자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낀다. 다음 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더 좋은 성적표를 받길 기대해본다.
출처: 에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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