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5주기(10월 13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매년 40여 명의 아동들이 학대를 받아 사망하고 있다. <뉴스1>은 우리 아이들이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인이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인이 사건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아동학대 실태와 제언 등을 담은 기사 6편을 전한다.
"귀찮은 X"
"애가 미쳤나 봄. 지금도 안 처먹네"
"쌍욕 나오고 패고 싶은데 참는다" (정인 양 양부모가 나눈 메시지)
시작부터 비틀린 만남이었다. 정인 양의 양모(養母)인 장 모 씨(당시 33)와 양부(養父) 안 모 씨(당시 36)가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그저 3살짜리 친딸에게 정서적 유대관계를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8개월 정인 양은 2020년 1월 그저 그런 이유로, 그 집에 가게 됐다.
양부모는 입양을 택했지만 사랑을 주진 않았고, 오히려 학대하기 시작했다. 입양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3월이었다. 정인 양의 몸 이곳저곳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그때쯤 몇 시간씩 정인 양이 혼자 방치되는 일도 발생했다.
학대는 눈에 드러날 정도로 심각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 양의 몸에 있는 멍을 보고 같은 해 5월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7월과 9월에 또다시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면서 정인 양은 또다시 그 지옥 같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몇 차례 받자 장 씨는 급기야 7월부터 9월까지 정인 양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의 상태를 보고 신고해 줄 만한 어른이 장 씨와 안 씨의 주변인 말곤 없었단 뜻이다.
그 사이 정인 양은 점점 더 끔찍한 학대를 겪었다. 정인 양은 6월 초에 쇄골 부위를 맞아 골절된 후 4개월간 대퇴골, 늑골, 후두부, 견갑골 등에 10회 이상의 골절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얼굴과 머리, 목, 몸통, 팔다리 등 멍이 발견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부부는 정인 양을 너무 미워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그렇듯, 정인 양이 울고 보채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게 주된 폭행의 이유로 제시됐다. 장 씨가 양육 스트레스를 토로하면 남편인 안 씨는 "하루 종일 굶겨봐요", "귀찮은 X"라 말하며 장 씨의 심기를 살피기 급급했다.
학대의 끝은 살인이었다. 2020년 10월 13일 오전 9시쯤 장 씨는 정인 양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격분했다. 장 씨는 정인 양의 팔꿈치가 탈구될 정도로 양팔을 흔들고, 배를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
키 79㎝, 몸무게 9.5㎏의 16개월 정인 양은 이미 지속적 학대로 몸 상태가 극도로 안 좋아진 상태였다. 장 씨는 정인 양의 배를 강하게 수차례 밟았고, 정인 양의 췌장이 절단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외력에 의해 췌장이 절단되려면 황소 머리에 배가 받힌 충격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서를 냈다. 정인 양은 복강 내 출혈 및 복부 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정인 양이 이유식을 먹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자 장 씨가 화를 내다 끝내 휴대전화를 급하게 돌리는 장면이 찍혔다. 정인 양은 "으으"하는 신음소리를 낸다. 해당 영상이 찍힌 후 45분쯤 후 이들 아래 층에 사는 주민은 덤벨을 내려놓는 듯한 진동이 4~5번 반복되는 걸 듣고 장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오전 10시 15분 장 씨는 자신의 친딸을 태연하게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가 집으로 돌아온 후, 10시 42분이 돼서야 의식을 잃은 정인 양을 안고 집을 나섰다. 이들을 병원으로 데려다준 택시 기사는 "장 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피해자를 안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인 양은 응급실에 도착해 몇 차례 CPR을 받았지만 심정지가 회복되지 않아 오후 6시 40분쯤 결국 사망했다. 장 씨는 다음 날 오후 2시 32분 자신의 지인에게 "부검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한 적 없었는데, 자신을 선택한 부모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어디에도 정인 양의 선택은 없었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던 8개월에서 16개월의 영아는 몇 개월 간 자신의 보호자들에게서 끔찍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아야 했다.
대법원 3부는 2022년 4월 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았던 안 씨도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장 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35년의 유기징역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검찰과 양부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또 16개월 정인 양에게 말도 못 할 빚을 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으로 인해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돼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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